무츠키는 잠들기 전에 별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로 알려진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호모 섹슈얼인 남편과 알코올 중독 부인 그리고 그 남편의 애인이라는 삼각관계가
사랑이라고도 우정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미묘한 구도를 이루며 펼쳐진다.
자칫 지리지리 어둡거나 피터지는 사랑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녀만의 독특한 서정성과 문체로 우리에게 투명한 사랑 이야기를 선사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도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사서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에 넣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가 손에 든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 속의 물고기 반짝반짝 빛나는 거스름 동전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와 둘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길을 돌아간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 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을 흘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ㅡ이리사와 야스오-
무츠키, 은사자 얘기 알아?'홍차에 럼주를 몇 방울 떨구면서 쇼코가 말했다.
'그거, 피하고 살이 어쩌구 하는 얘긴가.'
쇼코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아니, 라고 말한다. 아니, 전설이야.
'어어, 그래, 전설이야.'
나는 안심하여 럼이 들어 있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신다.
그럼 어디 얘기해봐, 라고 나는 말한다. 어떤 얘긴데.
쇼코의 설명에 따르면, 몇십 년에 한번 온세계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흰사자가 태어난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한 사자인 모양인데,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터라, 어느 틈엔가 무리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하지만 말이지.'
라고 쇼코는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의 사자래. 무리를 떠나서,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초식 성이야. 그래서, 물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단명한다는 거야. 원래 생명력이 약한 데다 별로 먹지도 않으니까, 다들 금방 죽어 버린다나봐. 추위나 더위, 그런 요인들 때문에. 사자들은 바위위에 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는 하얗다기 보다 마치 은색처럼 아름답다는 거야.'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말투로 쇼코는 그렇게 말했다.
추위와 더위때문에 죽어가는 초식성 사자?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우물쭈물거리고 있는데, 쇼코가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무츠키들 은사자같다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라고 말했다. 나는 낭패한 기분이었다. 무츠키들이란 즉, 나와 곤과 카키이와 카지베 씨를 말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면서,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다. 쇼코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홍자를 꿀꺽꿀꺽 단숨에 마시고, 다른 한 잔의 홍차를 화분에 뿌렸다.
'곤의 나무, 설탕하나하고 럼주 작은 스푼 절반정도 섞은 홍차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
--- p.12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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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반짝반짝빛나는.. 이 소설은..제목이 너무 아름다워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무언가.. 더 시작될듯한 제목.. (여운이 남자나!!^ ^)
사실.. 신문 귀퉁이에 난 작은 소담의 광고를 보고..
그때부터 '에쿠니 가오리' 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되었다.
그리고선.. /냉정과열정사이/ 라는 소설도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하지만.. 내가 제일 먼저 접한 소설은 '호텔 선인장' 이었다.
최근 '낙하하는저녁' 이란 작품을 내놓았지만.. 내가 호텔 선인장을 읽을때만해도,
그게 신간이였다.. 하여간..
반짝반짝빛나는... 도대체 무엇이 반짝반짝 빛난단 말인가..
쇼코와 무츠키의 관계... 겉으로는 멀쩡한 부부로 보이겠지만..
... 남편인 무츠키는... 호모이고... 아내인 쇼코는 알콜중독자에.. 경미한 정신병을 가지고있다.
왠만한 사람들이 보기엔.. 정말 정상적이지 않은 부부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해관계는 평범한 부부들보다는 훨씬 멋지고! 훨씬 소프트하고!
훨씬 로맨틱하다! ................ 정말 >_<
특히.. 쇼코 무츠키의 친구.. 산부인과의사인 카카이에게.. 인공수정에 대한 질문을 할때..
무츠키와 곤의 정자를 , 미리 시험관에서 섞어 수정할 수 있느냐... 하는...
'깜짝'
정말 깜짝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츠키의 부모가.. 손주를 간절히 원하기에.. 그리고..
쇼코의 무츠키와 곤에대한 사랑..(아니면 무츠키에대한 배려..)
역시 뜬금없긴 하지만.. 무츠키에대한 배려와... 무츠키.곤에대한 애정..
(배려와 애정의 차이가..여기선.. 별 반 다를게 없지만. 표현은 따로 ^ ^;;)
이 부부는 끝내 .. 이 어긋남들 위에 서서.. 당당하게 빛난다.. 반짝반짝..
소설의 마지막은.. 무츠키와 쇼코부부.. 그리고 그들의 곤..
셋이서.. <she's hot a way> 라는 곡을 배경으로 샴페인을 마신다..
그렇게 소설은.. 깔끔하게.. 심쳬構?. 아름답게.. 끝난?
반짝반짝빛나는.. 그들의 사랑이.. 영원히 반짝반짝하길 바란다..
에쿠니 가오리의.. 단아한문체.. 약간은... 특이한 소재..
그리고 그녀만의느낌... 모든것이.. 반짝반짝 빛난다. 소설과 함께..
(소설을 읽은지 오래되서.. 내 느낌을 적느냐구.. 애먹었다;; 휴 ^ ^;)